애런 고든의 트레이드 대가로 RJ 햄튼이 건너왔을 때, 레퍼런스에서 햄튼을 둘러보니 너무 날것이라는 느낌이 강했습니다. 처음 한두 경기를 봤을 때도 너무 날것 그대로였습니다. 이번 시즌은 실전 경험만 먹이고 오프 시즌에서 개인 훈련의 성과를 봐야한다고 봤습니다.
그런데 왠걸, 존 월과 디애런 팍스를 생각나게 하는 스피드라는 장점을 기반으로 플레이를 하나씩 늘려갔습니다. 스티브 클리포드 감독이 햄튼의 장단점과 특징을 제대로 파악하여 역할을 잡아주면서 햄튼에게 날개를 달아줬습니다. 4월에 9.2득점, 4.1리바운드, 1.6어시스트에 그쳤던 햄튼이 5월에는 16득점, 7.1리바운드, 5.6어시스트로 활약도가 대폭 증가했습니다. 야투율이 42.2%에서 45.7%, 3점 성공률도 25.6%에서 43.5%로 늘어나면서 단순히 양으로 밀어붙인 것이 아니라 질 또한 좋아졌습니다.
팀이 정상적인 경기력을 포기한 시즌 막판에는 사실상 햄튼이 팀을 이끌었다고 해도 될 정도였습니다. USG%는 14.3%에서 21.5%로 상승하면서 개인 오펜시브 레이팅이 89에서 113으로 상승했으니 단순히 1차 스탯만 좋아진 것이 아니었습니다. 이런 활약을 바탕으로 5월에 이 달의 루키를 수상하기도 했습니다. 콜 앤서니조차 해내지 못한(?) 업적입니다.
1. 오픈 코트
햄튼의 최대 장점이라면 매우 매우 빠른 스피드입니다. 어리버리하던 합류 초기에도 스피드를 내세운 속공만큼은 위력이 대단했습니다.
속공에서 자기 혼자 부스터를 단 듯한 스피드를 자랑합니다. 속공 시작 위치가 뒤쪽이어도 어느새 제일 앞에 나가있고, 유타 재즈와의 경기에서는 4초만에 코스트 투 코스트에 성공하기도 했죠. 속공을 직접 전개하여 마무리하거나 트레일러로 따라가서 마무리하는 것도 잘하지만 패스 플레이 또한 훌륭합니다. 동료 선수들의 위치를 파악하여 패스 각도를 만드는 것에 능합니다. 점프를 통해 바운드 패스 타이밍을 맞춘다거나 수비를 모으고 체스트 패스로 빼주는 등 타이밍에 맞게 패스를 건낼 줄 알고 있습니다. 풀업 3점도 과감하게 시도하는 편이라 속공에서 무기가 꽤나 다양합니다.
또한 리바운드를 잘 잡아서 리바운드 직후 속공을 전개에 적극적입니다. 리바운드 능력만 따지면 콜 앤서니보다도 햄튼이 우위입니다. 단순히 수치만 좋기 때문이 아니라 위치 선정과 박스아웃을 기반으로 리바운드 사수를 잘해주기 때문입니다.
2. 슬래셔
클리포드 감독이 햄튼의 스피드를 보고 지공에서도 역할을 잡아주면서 선수 본인의 리듬도 살아나기 시작합니다. 스팟업 돌파든 픽앤롤 돌파든 상당히 높은 위치에서 공격을 시작하죠. 가속도를 붙일 경로를 길게 확보해줌으로써 햄튼의 스피드를 살릴 수 있도록 세팅해줬습니다. 3점 라인 안으로 들어갈 즈음에는 이미 원투 드리블을 친 상태로 그후 가속도가 확 붙어 수비가 제대로 대응하기 어렵습니다. 어깨를 통해 상대 범핑 수비를 잘 이겨내고 공중에서는 골반을 통한 균형 잡는 요령 또한 좋습니다. 수비 위치에 따라 스탭을 끊어갈 줄도 알고 골밑 마무리 솜씨도 누구와는 다르게 훌륭합니다. 슬래셔로서의 자질이 다분해 보입니다.
단, 페인트존까지 진입했다가 수비에 가로막혀 속도를 줄여야 하는 상황에서는 위력이 확 죽어버립니다. 5피트 이내에서의 야투율이 60.2%인 것에 비해 5~9피트에서는 33.3%로 급감합니다. 차라리 깊게 들어가기 전에 풀업 점퍼를 시도하는 편이 성공률이나 스타일 면에서 나은 선택으로 보입니다.
속도 기반의 돌파 능력이 확실하니 클리포드 감독이 햄튼을 더욱 적극적으로 기용했습니다. 윙에 위치한 햄튼의 돌파가 수월하도록 공 잡는 위치를 높게 하여 돌파 경로를 길게 잡아주고, 스프레드 픽앤롤 혹은 스트롱 사이드의 코너를 비워주는 empty를 통해 넓은 스페이싱을 제공해줍니다. 여기에 스크린이나 드리블 핸드오프로 수비를 한 차례 흔들어주면 햄튼에게 최적의 환경이 제공됩니다. 하이 픽앤롤에서도 재미를 보고 있는 햄튼이지만, 사이드 공략시에 위력이 더 좋습니다.
3. 플레이메이킹
햄튼이 본인 득점에만 나서는 것은 아닙니다. 4월에 어시스트가 2.8개였다가 5월에 5.1개로 증가한 만큼 패스 또한 놓치지 않고 있습니다. 콜 앤서니처럼 리딩 가드 타입보다는 듀얼 가드 성향의 햄튼입니다. 앤서니는 1번에 가까운 듀얼 가드라면, 햄튼은 2번에 가까운 듀얼 가드로 보긴 합니다.
픽앤롤 진행 중에 위크 사이드에서 잘라들어오는 커터를 봐주거나 페인트존에서 수비를 모으고 점프 패스를 빼주는 장면처럼 시야가 닫히지 않았습니다. 우선순위가 득점일 뿐 이기적인 선수는 아닙니다. 데뷔를 포인트가드로 했던 만큼 가드로서 능력을 갖추고 있습니다.
올랜도 매직에서는 햄튼이 2번 자리에 고정되었습니다. 확실히 단독 볼핸들러보다는 2가드의 2번 자리가 어울려 보입니다. 플레이스타일이 응기응변에 강하지 않고 플레이를 정해두고 이행하는 편이라, 상황판단의 유연함이 요구되는 단독 볼핸들러 자리는 어울리지 않습니다. 그래서 항상 콜 앤서니나 체이슨 랜들와 같이 나옵니다. 블리츠 수비에 당할 때 당황해서 패스를 날리거나 속공 기회에 돌진하려다가 더블팀에 갇히는 등의 모습을 보면 단독 볼핸들러는 분명 어울리지 않아 보입니다.
햄튼의 플레이를 잘 보여주는 장면이라 할 수 있습니다. 드래그 스크린을 받고 들어가다가 상대의 도움 수비를 확인하고 위크 사이드 3점을 봐주는 시야와 침착함, 다시 컷인해 들어가는 활동량, 그리고 훌륭한 공중 밸런스와 왼손 마무리. 단순히 빠르기만 한 것이 아니라 활동량 또한 왕성해서 팀 오펜스에 도움이 많이 되는 선수입니다.
이런 활동량이 수비에서도 고스란히 반영되고 있습니다. 수비에 대해서는 활동량을 제외하면 특별히 느낀 점이 없어서 글에 적지는 않았는데, 반대로 어느 정도는 무난했다고 볼 수도 있겠습니다. 로테이션 바보라거나 반응 속도나 피지컬이 밀린다거나 그런 장면은 못 느꼈고, 그렇다고 좋다고 특기할 만한 장면도 별로 없었습니다.
4. 점프슛
4월에 비해 크게 올라온 5월의 외곽슛 성공률을 수치 그대로 신뢰하긴 어렵습니다. 표본에 비해서 그 상승치가 매우 크기 때문입니다. 유망주의 특정 기간 외곽슛 성공률만큼 신뢰도가 떨어지는 수치도 없죠. 햄튼도 더 장기적으로 봐야할 겁니다. 무엇보다 4월이든 5월이든 자유투 성공률이 6할 중반대에 그쳐서 아직 외곽슛의 안정도가 떨어진다고 할 수 있습니다. 자세가 완성되어 있고 나쁜 습관이 크게 없어 보인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요소도 있습니다.
그래도 풀업 점퍼만큼은 기대할 만합니다. 속공 상황에서 혹은 픽앤롤에서 드랍백을 상대할 때 풀업 점퍼를 자신있게 올라가고 또 그 성공률이 나쁘지 않습니다(41.7%). 전반적인 플로터 성공률(38.7%) 개선도 필요하지만 스탭백은 아예 안되는 수준 같아서 일단 풀업과 플로터에 집중할 필요가 있어 보입니다.
롱3를 장착하기에는 아직 이른 나이이기는 하나 당장은 롱3에 어려움을 보이기는 합니다. 거리를 의식한 나머지 동작들이 부드럽게 연결되지 못하고 미묘하게 밀어던지는 것 같죠. 돌파 시작 위치가 매우 높은 햄튼인 만큼 어느 정도의 롱3가 가능하다면 꽤나 유용할텐데 어찌 될지는...
5. 마무리하며
원석으로 여겨지던 선수가 본인 장점을 기반으로 활약을 넓혀가는 모습을 보는 즐거움이 대단했던 햄튼이었습니다. 모 밤바 보고 있나...
다음 시즌에도 듀얼 가드로서 2번 자리에 배치될 것으로 보입니다. 마켈 펄츠 / 콜 앤서니 / 마이클 카터-윌리엄스가 1번 자리에 있고, 게리 해리스 / 테렌스 로스가 2번 자리에 있으며, 차기 드래프트에서 백코트 영입이 유력한 만큼 자기 자리를 찾기 위한 경쟁이 치열해질 겁니다. 물론 몇몇 베테랑은 떠날 가능성이 높고 부상 변수도 고려하면 다른 선수들에 밀려 출전시간을 얻지 못하는 경우는 없겠으나, 그래도 본인 입지를 굳건히 하는 편이 좋겠죠.
햄튼의 막바지 성장세가 워낙 좋았는데 표본이 적고 탱킹 막바지라는 특수한 상황이었던 것음 감안해야 합니다. 이적 이후 성장세가 다음 시즌 정규 시즌에 이어가면서 더 성장할 수 있을지 지켜봐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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