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드래프트 당시에 올랜도 매직이 모 밤바를 지명한 것이 너무 기뻐서 바밤바를 사러 나갔었습니다. 하지만 편의점 8곳을 돌아다녔음에도 바밤바를 찾지 못했습니다. 그것이 복선이었을까요. 밤바는 기대치의 최소 한도조차 채우지 못하고 NBA에서의 세 번째 시즌을 마쳤습니다. 팀이 만약 플레이오프 경쟁을 하고 있었다면 밤바는 로테이션에서 제외되었을 겁니다. 밤바는 단 한 번도 캠 버치를 넘어선 적이 없죠.
밤바가 처한 상황이 안타까운 면도 분명 있습니다. 루키 시즌에는 정강이뼈 스트레스 골절로 정규 시즌 30경기을 결장하고 오프시즌에도 훈련을 제대로 소화하지 못했었습니다. 지난 시즌에는 시즌 중단기에 코로나19에 감염되어 그 후유증으로 버블 참여도 제대로 못하고 중도하차했었습니다. 후유증이 이번 시즌 초반까지 이어져서 트레이닝 캠프 훈련도 제한적으로 받아야만 했었습니다. 밤바가 데뷔하고 한 번도 건강한 오프시즌을 보내지 못한 사이에 니콜라 부세비치는 뜬금없이 올스타로 도약(18/19 시즌~)하고, 포지션 경쟁자인 버치는 자리를 굳히면서 밤바의 입지가 많이 좁아졌습니다.
다행히도(?) 리빌딩이 시작되면서 밤바가 출전시간을 안정적으로 확보할 수 있었고, 점차 나아지는 측면도 분명 있었습니다. 하지만 드래프트 동기이자 자신의 바로 아래 순위 지명자인 웬델 카터 주니어가 주전으로서 도장을 찍어버렸으니 밤바의 미래는 여전히 불투명합니다. 21/22 시즌이 끝나고 FA가 될 밤바가 올랜도 매직에 잔류하려면 혹은 다른 구단이라도 이적하려면 이번 오프시즌에 환골탈태 수준의 변화가 있어야 할 겁니다. 여전히 어린 선수(1998년 생)이고 축복 받은 신체의 소유자이니 가능성은 언제나 열려있겠으나, 약점이 농구 그 자체이니... 브루클린 네츠 같이 볼핸들러 천국인 팀에서는 밤바를 쏠쏠하게 써먹을 수도 있겠지만 어지간하면 쉽지 않을 겁니다.
1. 블락
밤바의 최고 장점이라면 블락입니다. 7피트 10인치에 달하는 윙스팬을 앞세운 높이는 웅장함까지 느껴집니다. 픽앤롤 수비에서 드랍백하여 파고 들어오는 볼핸들러의 골밑슛을 블락하는 능력은 루키 시즌과 비교해도 많이 성장했습니다. NBA의 속도에 아예 적응하지 못했던 때와 비교하면 분명 성장은 하고 있는데, 부상과 후유증으로 그 속도가 너무 더뎌서 선수 본인이 자신감을 많이 하락한 모습이라 좀 안타깝기도 합니다. 트레이드 데드라인 이후로 자신감을 어느 정도 회복한 듯 보이긴 했습니다.
볼핸들러의 움직임을 끝까지 주시하고 이에 맞추어 블락을 올라가는 요령도 늘기는 늘었습니다. 루디 고베어, 하산 화이트사이드, 네렌스 노엘 등의 엘리트 블라커들이 나란히 줄서고 있는 팀 내 블락 비중(%BLK)에서도 리그 10위에 오를 정도입니다. 볼핸들러가 패스가 아닌 돌파를 선택해야 한다는 발동조건이라는 제약이 좀 있긴 합니다.
달리 말하면 이 상황을 제외한 모든 상황에서는 수비가 좋지 못합니다. 블락을 한다는 것은 상대가 야투를 시도한다는 것이고, 상대가 야투를 시도하는 것은 공간을 허용했다는 뜻입니다. 드랍백은 어느 정도의 공간을 허용하는(미드레인지를 강요하는) 수비 방식이기는 하나, 밤바는 점유하는 공간이 너무 적습니다. 그 적은 범위 안에 들어오면 높이를 위시로 한 블락을 할 수 있지만, 그것이 아니라면 전혀 견제를 못합니다. 동일한 수비 방식을 채택하는 웬카주도 공간을 최대한 차지하기 위해 전진하고 움직이며 상대를 견제하죠. 쉽게 말하면 밤바는 골밑에서 블락만 노리는 경향이 있습니다.
볼이 롤맨에게 전해졌을 때도 수비가 안되는 수준인데, 반응이 너무 굼떠서 패스를 인지할 때는 이미 롤맨은 골밑슛을 시도할 준비를 마친 상황입니다. 마른 센터(빈약한 힘)가 장신 센터의 느린 발의 단점(좁은 수비 범위)를 갖고 있으니... 어째 단점만 골라 가져갔습니다.
2. 훅샷
트레이드 데드라인 이후에 밤바가 훅샷 비중을 높여가며 후반기 훅샷 성공률을 61.1%을 달성했습니다. 풋백이나 픽앤롤에서 덩크 의존도가 높긴 해도 제한구역 야투 성공률이 66.3%, 제한구역 외 페인트존 야투 성공률은 55.6%로 훅샷 기반의 골밑 마무리가 긍정적인 영향을 끼쳤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아무래도 어깨로 상대를 밀 정도의 힘이 뒷받침하지 못하니 대안책을 마련한 느낌인데, 어쨌든 효과가 있다는 것은 중요합니다.
랍 타게터로서 재능이 보이기는 한데, 일단 림대쉬를 하는 상황을 잘 못 만들기도 하고 팀도 랍 패스를 창출할 만한 볼핸들러가 부상 당한 마켈 펄츠뿐입니다. 허나 펄츠의 패스가 창조적인 동시에 난도가 높아서 밤바는 캐치를 못하고(후술할 예정), 애초에 출전시간이 맞지도 않습니다.
3점도 센터로서는 나쁘지 않은 33.7%를 성공률을 보여주고 있으나, 경기당 3.6개씩 던지고 있음을 감안하면 포지션 불문하고 아쉬운 성공률입니다. 거리를 불문한 점프슛 성공률이 32.6%에 불과한데, 그동안 점프슛 성공률을 끌어올리지 못하여 데뷔 전 가능성을 진짜 가능성으로만 남겨두었다는 것도 패착 중 하나라 봅니다.
3. 스크린
신기하게도 스크린 플레이가 제법 좋아졌습니다. 아무래도 동료 센터들이 스크린 좀 하는 부세비치와 버치였고 웬카주이니 배운 것이 있나 봅니다. 물론 영리한 스크리너는 아닙니다. 기계적이나마 잘 소화하고 있습니다. 그동안 테렌스 로스와 함께 나오며 기계적인 오프 스크린만 서주면서 한때 스크린 어시스트 순위권에 오르는 기염(?)을 토하기도 했었습니다. 이건 밤바가 잘했다기 보다는 드리블을 거의 안하고 풀업 점퍼부터 오르는 로스의 플레이스타일에 기인한 것이지만, 어쨌든 이런 과정을 무한반복하면서 스크린 숙련도가 좋아진 것이 분명해 보입니다. 전에는 픽앤 팝이나 슬립만 주야장천 할 떄도 있었는데 요즘은 롤 비중도 의미있는 수준으로 올렸습니다. 스크린은 진짜 늘었습니다.
스크린 과정에서 어깨로 가드 수비를 밀어주고 골밑으로 들어가서는 실링 스크린으로 빅맨을 막아주며 볼핸들러의 경로를 열어주는 플레이를 보면 분명 스크린 숙련도가 올라온 것이 보입니다. 어쨌든 공격의 중심이 빅맨(부세비치, 애런 고든)에서 가드(콜 앤서니, RJ 햄튼, 게리 해리스, 드웨인 베이컨) 쪽으로 옮겨가면서 밤바가 받아먹는 득점 기회가 늘긴 했습니다.
4. 문제점
밤바의 근본적인 문제점은 빈약함 힘입니다. 단순히 똥파워가 약한 것이 아니라 코어와 하체의 힘이 달려서 센터로서 취약점이 지속적으로 노출되고 있습니다. 공격 리바운드를 잡아냈음에도 로빈 로페즈의 압박을 못 이겨내서 트래블링 범하는 장면만 보아도 힘이 부족한 것이 보이죠. 데뷔 전에 골반, 프로 와서도 정강이 뼈와 발가락 등 부상이 하체에 몰렸으니 어쩔 수 없나 싶기도 합니다.
직전 오프시즌에서 밤바가 증량에 성공했고 현재 체중을 유지하고 싶다는 자신감을 보인 적이 있었습니다. 부상으로 농구 활동은 못해도 쇠질은 열심히 해서 다행이라고 생각했는데, 막상 까보니 여전히 빈약해서 아리송합니다. 덩어리 센터들에게 손도 못 대고 속절없이 밀리던 때와 비교하면 이제는 쩔쩔매며 밀리니 나아졌다면 나아졌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볼 캐치를 제대로 하지 못하고 놓치는 장면이 잦은 밤바입니다. 루키 때도 이 정도는 아니었다는 것을 생각하면 자신감 하락의 영향이 크다고 할 수도 있겠습니다. 특히 마켈 펄츠가 건네주는 변칙적이고 난도 높은 패스는 거의 못 잡는 수준이고, 하반기를 같이 한 앤서니나 햄튼도 패스가 좋은 볼핸들러들은 아니니 까다롭긴 하겠으나, 그럼에도 밤바의 볼 캐치는 센터로서 미달 수준이라고 봅니다.
밤바에게 기대했던 요소들이 림프로텍팅이 좋고 3점이 좋으며 기동력이 좋은 센터였습니다. 밤바가 센터로서 속공을 따라 달리는 거는 괜찮습니다. 그러나 속공 마무리 솜씨와 숙련도가 처참합니다. 프레임이 얇아서 그렇지 신체 자체는 축복받았는데 농구를 못해서 문제가 되는 점들이 정말 많습니다.
스크린은 늘었으나 센스가 좀 필요한 핸드오프는 많이 불안합니다. 특히 공을 받으러 오는 동료에게 건네는 패스가 정말 잘 잘립니다. 패스의 순간이 다가올수록 밤바가 불안해 보인다는 것이 느껴질 정도로 안정성이 떨어집니다.
밤바의 문제점들은 아주 잘 보여주는 장면입니다. 스티브 아담스를 상대로 제한구역에서 완전히 자리를 내주어 견제하지 못하고, 훅샷 페이크에 반응해서 진짜 훅샷은 방해도 못하고, 리바운드 적극성이 좋아졌다고는 하나 박스아웃이 여전히 단단하지 못합니다. 위에서는 아예 없긴 하지만... 그리고 공격 리바운드를 잡은 아담스에게 어떤 저항도 못하고 덩크를 허용하기까지 합니다.
수비에서 자세가 높아 1대1이든 2대2든 2차 움직임이 전무합니다. 힙턴이 거의 안됩니다. 위에서도 훅샷 페이크에 한 번 반응하니 진짜 훅샷에 아예 견제를 못하죠. 페이크에 낚이면 2차 견제가 안되니 타코 폴에게 굴욕적인 피벗 플레이를 당하기도 했죠. 저 높은 수비 자세에 따른 실점들은 개선이 될지 좀 비관적입니다. 자세만 높은 것이 아니라 반응까지 느려서...
5. 마치며
밤바의 부족한 프레임이나 힘, 핸드오프 숙련도 등은 훈련으로 채울 수 있다고 여전히 희박한 가능성을 믿습니다. 커리어 처음으로 오프시즌을 건강하게 맞이하게 되었으니 분명 다음 시즌에 성과를 가져올 겁니다. 그러나 어지간한 성과로 재계약을 주기에는 갈 길이 멀기에 확연한 성장이 필요합니다. 어지간하면 웬카주에게 계약을 주면 되니까요.
정말 유쾌한 선수이고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플레이 타입의 센터라서 오래 봤으면 좋겠습니다. 다음 시즌도 선수단 개편을 위해 리빌딩을 진행할 테니 밤바에게 또 다시 기회가 주어질 겁니다. 밤바가 이를 잘 받아먹고 자리를 잡았으면 하는 소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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